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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우·배우·음악가·작가도 규제 호소, 생성 AI 저작권 현황
- console 오래 전 2023.07.28 09:50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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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을 포함한 전 영역에서 생성 AI 사용이 급격히 늘어나며 도마에 오른 문제가 바로 저작권이다. 생성 AI는 문서, 이미지, 영상, 음성 등 기존 데이터를 학습하고, 이를 기반으로 콘텐츠를 창작한다. 따라서 학습하는 데이터가 늘어날수록 더 정교하고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저작권을 확보하지 못한 자료도 무분별하게 학습에 이용하곤 한다. 이 부분이 대중적으로 불거진 부분은 일러스트지만 현재는 음악, 배우, 작가까지 광범위하며, 여러 요소를 합쳐 완성된 작품을 만들어내는 게임 역시 이 영역에서 자유롭지 않다.
63년 만의 할리우드 작가∙배우 동시 파업, 그 배경은 생성 AI
창작자가 생성 AI에 얼마나 큰 위협을 느끼고 있는지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건은 미국 헐리우드의 작가(Writers Guild of America East/West)와 배우 노동조합(SAG-AFTRA)의 동시 파업이다. 두 노조가 동반파업을 벌인 것은 1960년 후 63년 만이다. 두 집단 파업에는 넷플릭스 등 OTT 플랫폼 재상영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요구하는 부분도 있으나, 생성 AI에 대해서도 생존의 위협을 호소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 작가조합은 AI가 쓴 대본을 작가가 손보거나, 그 반대도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미국 헐리우드 작가 파업에는 국내 창작자 단체도 연대하고 있다. 지난 6월 14일 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 웹툰작가노동조합,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작가지부, 국제사무직노동조합연맹 한국협의회는 미국 작가조합 파업을 지지하는 연대시위를 했다. 국내 작가 역시 OTT와 AI로 인해 작가들이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고, AI가 쓴 대본을 작가가 고칠 경우 초안을 작성한 것이 아니기에 저작권을 주장할 수 없게 될 수도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 아울러 국제작가조합연맹, 영국 배우노동조합, 유럽작가연맹 등 각국 제작자 노조 역시 파업에 지지를 표했다.
배우들 역시 노사협상 과정에서 하루 일당만으로 얼굴을 360도 촬영한 후 AI 작업물을 만들어 해당 배우의 얼굴을 영원히 사용할 수 있게 하자는 제안을 받는 등 AI로 인한 초상권 침해 문제를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영화 오펜하이머 시사회에 참석했던 맷 데이먼은 파업이 확정되자 바로 현장을 떠났다. 그는 업무 중단을 원하지 않지만 공정한 협상이 있기 전까지 버텨야 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바비 주연인 마고 로비,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파트 원 주연인 톰 크루즈도 파업에 동참하기 위해 영화 홍보행사에 참여하지 않았다.
게임에 더 가까운 사례로는 성우 목소리를 활용한 AI 보이스를 넣은 모드 제작이다. 모드 배포 사이트로 잘 알려진 넥서스 모드에 본인 동의 없이 성우 목소리를 학습한 AI 보이스를 넣은 엘더스크롤 5: 스카이림 딥페이크 포르노 콘텐츠 다수가 올라왔다. 이에 대해 미국 성우협회인 NAVA(National Association of Voice Actors)는 지난 6일 공식 트위터를 통해 “AI와 음성합성으로 인한 성우와 게임사 피해는 현실적이고, 가시적이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베데스다와 제니맥스를 태그하며 “성우들은 이에 맞설 법적인 여력이 없지만, 당신들은 가능하다”라며 대응을 요청했다.
출판작가가 주를 이루는 미국 작가조합(Authors Guild)에서도 오픈 AI, 메타, 구글, MS, 스테빌리티 AI 등 생성 AI 관련 사업을 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정당한 대가를 요구하는 서안을 제출했다. 그들은 AI 기업 측이 저작권에 대한 비용 지불 없이 책, 기사, 에세이, 시 등을 활용한다고 주장하며, 본인들의 글을 쓴 것에 대한 공정한 보상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음악저작권협회 역시 지난 24일에 생성 AI 저작권 문제에 대한 결의안을 발표했다. 이들은 지난 6월에 일본 정부에서 영리 목적으로 이용되는 생성 AI가 학습 과정에서 저작권이 있는 콘텐츠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인정한 부분에 우려를 표했다. 창작자 의견을 수렴해 생성 AI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고, AI와 창작자의 상생을 도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AI 기업을 대상으로 한 줄소송은 이미 색다른 일이 아니다. 작년 11월에 코드생성 AI 도구인 깃허브 코파일럿에 개발자 다수가 학습 데이터에 대한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이어서 올해 1월에는 캘리 매커넌, 칼라 오티즈, 사라 앤더슨까지 일러스트레이터 및 만화가가 드립업, 미드저니, 스테이블디퓨전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2월에는 게티이미지가 스테빌리티AI에 자사 이미지 1,200만 장을 무단으로 AI 학습에 활용했다며 손해배상 청구를 했다. 6월에는 미국 소설가 폴 트렘블레이와 캐나다 소설가인 모나 아와드가 오픈 AI를, 7월 10일에는 미국 코미디언이자 작가인 세라 실버먼 등이 오픈 AI와 메타를 저작권법 위반으로 고소했다.
AI 패권 경쟁에 저작권 보호는 뒷전으로?
현재 한국을 포함한 각국 정부 및 의회는 인공지능 관련 제도와 규제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먼저 첫 발을 들인 쪽은 유럽연합(EU)다. 유럽연합은 지난 6월에 세계 첫 ‘AI 법’을 제정했다. 핵심은 생성 AI가 만든 콘텐츠에 워터마크를 찍어서 AI가 만들었음을 알리고, 학습한 데이터 출처 목록을 공개하라는 것이다. 출처를 밝힌다면 이를 창작자가 확인해 대응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다만 창작자가 우려하는 학습 과정에서의 크롤링에 대한 규제는 담기지 않았다.
이어서 미국에서는 지난 3월에 미국 저작권청이 생성 AI가 만든 작품에 대한 저작권 인정 기준에 대해 밝혔다. 골자는 사람이 손을 대지 않고 AI로만 만든 작품은 저작권을 인정할 수 없지만, 작품을 창작하는 과정에서 사람의 창의적인 노력이 들어갔다면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저작물을 등록할 때 작품에 사람이 어떠한 부분에 기여했는지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
▲ 실제로 글은 사람이 쓰고, 그림은 AI로 생성해 제작된 만화책인 자리야 오브 더 던은 글과 편집에 대해 미국 저작권청이 저작권이 있음을 인정했다 (사진출처: aicomicbooks.com)
미국 상원에서도 생성 AI와 지적재산권에 대한 청문회가 열리고 있다. 지난 12일(현지 기준)에 열린 2차 청문회에서는 창작자를 보호하기 위한 새 연방법률이 필요한지, 창작자가 크롤링을 원하지 않을 경우 데이터 사용을 제한하는 옵트아웃 도입 가능 여부 등을 논의했다. 다만 미국의 경우 AI를 주도하는 측이 자국 빅테크 기업이기에 규제 마련이 지지부진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미국에서는 소송 과정에서 법원 판단이 나오고 있다. 1월에 일러스트레이터 및 만화가가 오픈 AI에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에 대해 미국 법원에서는 원고 3명 중 한 명만 저작권 침해를 주장할만한 근거를 가지고 있으며, 다른 원고에 대해서는 주장을 뒷받침할 실질적인 유사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판사는 ‘다른 사람의 작품을 상업적으로 무단으로 사용한다’는 원고 주장이 설득력이 있고, 향후 소송도 여기에 초점을 맞춰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했다.
저작권 보호가 강력하기로 유명한 일본에서도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지난 6월 초 일본 정부는 생성 AI 이미지 제작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는데, 저작권자 허가가 없어도 학습 단계에서 AI가 저작물을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일본 문화청은 이로 인해 AI가 저작권자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할 수 있고 관련 대책을 검토한다고 했으나 명확한 내용은 없다. 앞서 언급한 일본음악저작권협회가 우려를 표한 점도 이 부분이다.
중국은 지난 14일에 생성 AI에 대한 규제 지침을 발표했다. 8월 15일부터 시행한다. 중국 AI 규제는 저작권 보호보다는 일당주의 국가체제 유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게임과 마찬가지로 생성 AI 서비스 역시 출시 전에 당국 허가를 받아야 하며, AI로 만든 콘텐츠에 중국 사회주의 가치를 반영해야 한다. 아울러 AI 서비스는 실명으로만 써야 한다.
마지막으로 국내에서는 AI 산업 활성화를 위해 데이터 활용 범위를 넓히는데 방점을 찍고 있다. 지난 21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서비스산업의 디지털화 전략에는 저작권법을 개정해서 온라인에 적법하게 공개된 정보나 데이터를 AI가 크롤링해 학습에 활용하는 것은 저작권 침해로 보지 않겠다는 것이 포함됐다. 문체부에서 오는 10월에 AI 업계 및 창작자그룹, 법조계 등과 공조한 인공지능 저작권법 제도개선 워킹그룹을 토대로 만든 AI 산출물 활용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예정인데, 여기에 저작권 및 창작자 보호 관련 내용이 얼마나 담기느냐가 관건이다.
아울러 지난 2월에 7개 법률을 묶은 인공지능산업 육성 및 신뢰 기반 조성에 관한 법률이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법안소위를 통과했다. 사람 생명과 안전에 대한 고위험 영역 인공지능을 제외하고 선허용 후규제로 접근하며, 인공지능 산업 발전을 위한 컨트롤타워를 마련하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즉, 이 법 역시 산업 진흥에 초점을 맞췄으며, 여야정쟁으로 상임위가 제대로 열리지 않으며 이후 논의는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는 이상헌 의원이 지난 5월에 AI가 만든 콘텐츠를 표시하도록 하는 콘텐츠산업 진흥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각국 AI 관련 규제를 훑어보면 민감한 개인정보 사용이나 인간 생명과 직결된 부분이 아니라면 데이터 사용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여기에는 AI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겠다는 패권경쟁이 그 배경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챗 GPT가 대중화되며 오픈 AI를 필두로, MS, 메타, 구글, 애플 등 소위 미국 빅테크 기업 다수가 AI에 전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해외 시장조사업체인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인공지능 시장은 연 35% 증가해, 2028년에는 670조 원 규모로 성장한다고 전망하고 있다. 아울러 골드막삭스 역시 지난 3월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AI 확산이 10년 간 GDP를 7% 성장시키는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 입장에서는 주도권을 놓치고 싶지 않고, 한국을 포함한 다른 국가에서는 SNS, 스마트폰 때처럼 미국에 잠식되면 안 된다는 위기의식이 있다. 즉, 규제로 인해 산업 발전이 지체되는 것을 경계한다는 뜻이다.
아울러 규제 측면에서도 빠르게 법을 만들어 국제 추세를 주도하겠다는 의도가 있다. 실제로 유럽연합은 강력한 개인정보보호법인 GDPR을 빠르게 만들고, 이를 국제적인 추세로 이끌어가며 개인정보 규제를 주도한 바 있다. 유럽연합에서 AI법을 신속하게 제정한 이유 역시 GDPR 때처럼 규제를 선도하면서도, 유럽 시장을 잠식해버린 미국 빅테크 기업을 견제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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