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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6 18:30

[인디言] 부정적인 감정을 직시하는 이야기 ‘뭉치’

  • console 오래 전 2024.08.16 18:30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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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치 대표 이미지 (사진제공: 문스튜게임즈)
▲ 뭉치 대표 이미지 (사진제공: 문스튜 게임즈)

최근 모바일게임 트렌드는 키우기, 서브컬처, RPG다. 화려한 캐릭터와 감각적인 전투가 특징인 장르들로, 짧은 시간 즐기기 용이하다는 강점이 있다. 이런 게임들은 세밀한 내러티브나 스토리텔링 보다는 캐릭터 자체에 대한 스토리에 집중하거나, 가벼운 전개로 진행되는 경우도 많다. 어둡고 진지한 이야기는 짧게 즐기기는 좋지만, 그만큼 감정적 소모가 크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런 모바일게임이 대세인 시대에, 내면의 어두운 감정을 직시하면서 위로가 되는 스토리를 다룬 내러티브 모바일게임 ‘뭉치’가 텀블벅에서 펀딩을 시작했다. 흑백과 선이 교차하는 단순하면서도 기괴한 디자인과 악몽이 모였다는 캐릭터 등 설정에서 개성이 강하며, 아름다운 꿈이 되기 위해 인간을 탐구한다는 철학적 방향성이 담겼다.
 
세계관, 게임플레이 방식, 캐릭터 모두 상당히 철학적이고 개성이 넘치는데, 심지어 무료다. 이런 뭉치를 개발한 문스튜 게임즈는 어떻게 이런 기괴하고 귀여운 이야기를 떠올렸을까?

▲ 뭉치 공식 트레일러 (영상출처: 뭉치 공식 유튜브 채널)

아홉 인간들이 모인 문스튜 게임즈
 
문스튜 게임즈는 이주희 디렉터가 설립해 현재 9명으로 이뤄진 인디개발 팀이다. 팀은 이주희 디렉터가 콘텐츠 기획과 일정 및 팀 관리 등 전반적인 업무를, 이윤선 아트 및 애니메이션 담당(이하 이윤선 AD)이 애니메이션, 그래픽, 디자인, 아트 등을 전담하는 구조다. 이외에도 시스템 보조, QA 보조, 개발 보조, 네러티브 기획자 등으로 구성됐다. 독특하게도 이야기를 담당하는 작가가 둘, 또 현지화 및 번역을 맡는 인원도 둘인데, 그만큼 언어와 이야기가 중요한 게임이기 때문이라고.
 
이주희 디렉터가 처음 개발을 시작한 시기는 2022년이었다. 당시 다니던 학과에 적응하지 못했고, 새로운 진로를 찾고자 할 때 발견한 것이 게임이었다. 이주희 디렉터는 “책, 영화, 애니 등에는 익숙했지만 게임은 처음이었다”라며, “게임 ‘나이츠 인 더 우드’를 처음 해보고 게임과 영화가 이야기를 다루는 방식이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고 전했다. 이윤선 AD는 “할로우 나이츠 등 많은 스팀게임을 좋아했고 초등학생 때부터 게임 만들고자 했는데, 좋은 팀을 만나서 행복하다”고 말했다.
 
대학생이었던 만큼, 구인과 스케줄 관리, 특히 시험기간이라는 변수 때문에 고생했다고 이주희 디렉터는 회상했다. 다행히도 아트 담당자만큼은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기괴하면서 귀엽고, 사랑스럽고 추한’ 그림을 그릴 사람을 구한다고 글을 올렸는데, 이를 본 이윤선 AD는 ‘나다!’를 외쳤고, 포트폴리오를 본 이주희 디렉터도 ‘이 사람이다!’라고 생각했다고. 이주희 디렉터는 “개발과 팀을 이끄는 것은 처음이지만, 다들 책임감 있게 계획을 쫓아와줘 고맙다”고 전했다.

팀 문스토게임즈 이미지 (사진제공: 문스튜게임즈)
▲ 팀 문스튜 게임즈 이미지 (사진제공: 문스튜 게임즈)

문스튜게임즈 이윤선 AD(좌)와 이주희 디렉터(우)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문스튜 게임즈 이윤선 AD(좌)와 이주희 디렉터(우) (사진: 게임메카 촬영)

꿈 공장에서 버려진 악몽 폐기물에서 탄생한 캐릭터 ‘뭉치’
 
뭉치는 달 뒤편 인간이 꾸는 꿈을 제조하는 ‘꿈 공장’이 있다는 발상에서 출발했다. 꿈 공장의 인부들은 인간을 사랑하며, 매일 꿈을 제작하고 선별한다. 다만 그 중 인간의 정신을 해칠 수 있다고 판단되는 악몽은 공장 아래로 버려지고, 이들이 모여 폐기물의 호수를 이룬다. 뭉치는 이 폐기물 호수 속에서 꿈틀거리던 검은 점액질이다. 뭉치가 처음 태어나 만난 것은 선별된 아름답고 완성된 꿈으로, 어둡고 더러운 자신과는 다른 꿈을 부러워하게 된다.
 
폐기물을 치우던 청소부들은 어느 날 뭉치를 발견한다. 그들은 눈 하나 없는 작은 악몽 괴물을 가엾게, 흥미롭게, 사랑스럽게 여겨 눈을 그려주고 함께 지낸다. 이후 청소부들은 인간에 대한 사랑과 자신들의 희망을 담아 뭉치를 지구로 보낸다. 뭉치는 인간에 대한 모든 것을 학습하고, 이를 토대로 최고의 꿈이 되기 위해 지구 생활을 시작한다.

악몽이 모여 만들어진 괴물
▲ 악몽이 모여 만들어진 괴물 '뭉치' (사진제공: 문스튜 게임즈)


▲ 인간 탐구를 위해 지구로 향한 뭉치 (사진제공: 문스튜 게임즈)

플레이어는 뭉치가 불시착한 방의 주인이며, 게임플레이의 큰 틀은 하루 두 차례 뭉치와 인간에 대한 신중한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뭉치는 호기심이 많고, 부정적인 감정에 매우 민감하면서도 인간과는 또 다른 독특한 관점을 지녔다. 뭉치는 오전에 인간과 꿈을 관찰한 후 자신의 생각을 말한다. 플레이어는 선택지를 통해 의견을 내놓는다. 이후 잠시 사색하는 시간을 가진 뒤, 다시 한 번 대화를 나눈다. 이렇게 14일 동안 뭉치와 함께 인간에 대해 탐구하는 것이 게임의 주요 내용이다.
 
대화 사이 뭉치가 가진 생각의 실마리를 확인할 미니게임과 문학적 콘텐츠도 등장한다. 뭉치가 인간을 관찰할 때는 플레이어도 망원경을 통해 숨은 뭉치를 찾는 미니게임을 할 수 있다. 이때 뭉치가 이야기할 대상에 대한 실마리도 함께 확인할 수 있다. 모든 대화가 끝난 뒤 뭉치는 일기를 작성하며, 이를 몰래 훔쳐볼 수도 있다. 이외에도 라디오 듣기, 자기 전 시 읽기, 스토리 외 대화 등을 통해 이야기를 다채로운 방식으로 감상할 수 있다.






▲ 방에서 뭉치와 대화하고, 라디오를 듣거나 시를 읽는다 (사진제공: 문스튜 게임즈)
 
직시에 대한 철학적이고 성찰적인 이야기
 
뭉치는 문스튜 게임즈 팀원들이 ‘인간의 본질’에 대해 토론한 결과로서 탄생했다. 뭉치는 14일 동안 14개의 서로 다른 감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이에 대한 의문을 던진다. 이주희 디렉터는 “플레이어 역시 자신과 인간에 대해 생각해보고, 이를 바탕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고 밝혔다. 뭉치는 그 설정에서도 알 수 있듯 악몽과 더러운 것에서 유래한다. 그래서 뭉치가 들려주는 에피소드는 꿈과 관련된 것이며, 꿈은 인간 본질과 내면을 다룬다.
 
예를 들어 첫 이야기는 ‘언어’에 대한 꿈으로, ‘사랑해’라는 말 대신 외계어가 나오는 남자를 다룬다. 두 번째 이야기는 얼굴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소년을 다루며, 허전함을 채울 완벽한 구를 찾기 위해 매진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첫 에피소드는 언어와 그 속에 담긴 마음의 성질을, 두 번째는 결핍의 본질을 다룬다. 각 이야기는 행복하고 밝은 것 보다는 우울, 불안, 결핍, 갈증, 좌절, 슬픔 등이 주제다. 이를 이주희 디렉터는 ‘직시’라고 표현했다. 게임은 인간의 어두운 내면과 외적 세계에서 오는 부조리함을 함께 조명한다.




▲ 기괴하면서도 본질을 다룬 에피소드들 (사진제공: 문스튜 게임즈)

이주희 디렉터는 “내면의 부정적 마음, 경험 등을 지우거나 버리는 일이 잦다”라며, “깨끗하고 맑은 상태보다 내면의 암흑을 직시한 상태가 더 진정한 의미의 감정적 성장이고, 용기와 아름다움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게임은 이런 어두운 감정에 세계의 부조리를 더한다. 이주희 디렉터는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사람은 죽는다는, 이런 공포가 밀려오기도 한다”라며, “이런 불합리한 세계를 직시하고 받아들여야 더 자유로워 질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다만 이런 부정적인 감정을 다루는 것은 상당히 민감하고 어려운 일이었다고 두 개발자는 전했다. 이윤선 AD는 “콘텐츠 회의에서 14개 부정적 감정을 선택하는 것도 어려웠지만, 뭉치와 대화에서 상처받을 사람들을 고려하고 조율하는 것이 힘들었다”라고 회고했다. 이주희 디렉터는 “스토리가 분명 불쾌할 수도 있지만, 조심해서 기획한 이야기를 통해 내면을 들여다보는 경험을 하는 것도 유익할 것이다”라며, “인간에게서 상처를 받았을 때, 인간을 사랑하지만 다른 감정선을 지닌 괴물과의 대화가 위로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기괴하고 기묘한 소재를 다룬 에피소드들 (자료제공: 문스튜 게임즈)
▲ 기괴하고 기묘한 소재를 다룬 에피소드들 (자료제공: 문스튜 게임즈)

뭉치에 담긴 디자인 철학 (사진제공: 문스튜 게임즈)
▲ 뭉치에 담긴 디자인 철학 (사진제공: 문스튜 게임즈)

이야기에 몰입하기 위해 설계된 장치들
 
일반적인 게임과 다른 감성으로 전개되는 만큼, 뭉치 개발진들은 플레이어가 몰입할 수 있도록 여러 장치를 마련했다. 게임 전반적인 UI, 진행 시스템은 플레이어가 항상 ‘뭉치와 함께하는’ 감각을 전하도록 설계됐다. 뭉치의 하루는 현실의 하루와 유사한 사이클로 전개된다. 뭉치는 밤과 아침에는 잠을 자고, 낮에는 사람을 관찰한다. 모바일로 개발된 점도 몰입을 극대화한다. 장소와 자세에 구애 받지 않으며, ‘뭉치가 대화를 원합니다’와 같은 푸시 메시지를 통해 함께 살아가는 감각을 전한다.
 
UI와 그래픽, 그리고 문학적인 콘텐츠 모두 게임을 다채롭게 꾸미면서 통일성을 강화했다. 이주희 디렉터는 “유독 신경 쓴 부분은 ‘말맛’을 살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반적인 스토리뿐만 아니라 뭉치와 읽는 시, 대화, 전반적인 UI에서도 문학적 통일성을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공개되지 않은 다음 챕터로 넘어가려 하면 딱딱하게 ‘확인할 수 없습니다’와 같은 시스템 메시지가 아니라 ‘미래는 알 수 없는 것’이라는 문구가 출력되는 식이다.

뭉치 하루 일과 (사진제공: 문스튜 게임즈)
▲ 뭉치 하루 일과 (사진제공: 문스튜 게임즈)

뭉치 찾기 미니게임 (사진제공: 문스튜 게임즈)
▲ 뭉치 찾기 미니게임 (사진제공: 문스튜 게임즈)



문학적인 UI와 시스템 메시지
▲ 문학적인 UI와 시스템 메시지 (사진제공: 문스튜 게임즈)

무료 모바일게임으로 개발 중인 뭉치
 
문스튜 게임즈는 이런 뭉치의 열띤 개발을 이어나가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스토리는 완성됐으며, 에피소드간 짜임새를 손보고 완성도를 높이는 작업 중이다. 다소 어려운 부분인 만큼, 꼼꼼함이 중요하다고. 게임은 오는 12월 25일 크리스마스를 목표로 개발 중이며, 선물처럼 무료로 출시될 예정이다. 이주희 디렉터는 “대학생이고, 회사가 아닌 만큼 무료게임이어도 큰 지장은 없다”라며, “우리 게임이 필요한 분들에게 돈을 받고 팔고 싶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윤선 AD는 “혈기왕성한 이때, 돈 보다는 꿈을 쫓아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이주희 디렉터는 “뭉치는 직접 경험했을 때 가장 뜻 깊은 감정을 느낄 수 있다”라며, “많은 분들이 플레이해서 내면도 돌아보고, 몰랐던 스스로도 알아가며 감정적으로 성장하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윤선 AD는 “뭉치를 만들게 된 것은 인생에 찾아온 좋은 선물 같은 기회”라며, “비주류는 동족에게 두 배 사랑 받는다는 말이 있는데, 그만큼 많이 좋아해주시고 사랑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전했다.






▲ 기괴하고 귀여운 내러티브게임 '뭉치' (사진제공: 문스튜 게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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