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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청문회 앞둔 유인촌, 문체부 장관 시절 게임 행보
- console 오래 전 2023.09.27 13:50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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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0월 5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진행됩니다. 신임 장관이 등장할 때마다 게임업계에서는 언제나 ‘기대 반, 우려 반’이라고 입을 모아왔는데요, 유인촌 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도 비슷하지만 그 깊이는 사뭇 남다릅니다. 2008년부터 2011년까지 문체부 장관을 해왔었고, 게임과의 접점도 상대적으로 컸기에 과거 행적을 토대로 현 시점에서 해볼 수 있는 이야기가 많기 때문입니다.
유인촌 장관 후보자가 이전에 문체부 장관으로 활동했던 시점은 2008년 2월부터 2011년 1월까지입니다. 다른 장관에 비해 게임업계 대표 등과 만나는 자리를 더 가진다거나, 2010년을 제외하고 2008년과 2009년에 지스타 현장에 직접 방문했고, 게임산업과 e스포츠 중장기계획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현장에 설치된 게임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눈길을 끌기도 했습니다.
▲ 2008년 문체부 장관 활동 당시 지스타에 참석했던 유인촌 후보자 (사진: 게임메카 촬영)
▲ 2008년 5월 삼성동 엔씨소프트 사옥 방문 당시 유인촌 전 장관과 김택진 대표 (사진: 게임메카 촬영)
당시 유 전 장관이 강조했던 기조는 게임업계 입장에서는 ‘무난한 진흥책’이었습니다. 해외 진출 강화, 건강한 게임문화 확산, 게임 기술연구 활성화 및 인력양성 확대, 게임산업 투자 활성화, e스포츠 정식체육화 등입니다. 이 외에도 세제지원, 게임산업 진흥 예산 확대, 병역특례 등이 언급됐습니다. 일각에서는 숫자만 달라진 뻔한 진흥책이라는 지적도 있었으나, 장관이 2008년 5월 간담회에서 “자금이 들어오는 대로 지원하겠다”고 직접 언급하며 진흥에 강한 의지를 표명한 점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있었습니다.
정책적으로 눈길을 끄는 부분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먼저 게임에도 도입된 ‘콘텐츠 가치평가 제도’가 있습니다. 제조업과 달리 제품 완성 전에 가치를 평가받기 어려워 사전에 자금조달에 난항을 겪었던 콘텐츠업계에 투자와 융자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준 것이죠. 유 장관은 게임을 포함해 콘텐츠산업을 정부 예산만으로 키울 수 없어 금융지원을 강화한다는 방향성을 앞세우기도 했습니다.
두 번째는 게임 불법복제와 오토 근절입니다. 2008년 취임 직후부터 불법 저작물 근절을 핵심 과제로 앞세웠는데요, 2010년에 330억 원 상당이 불법복제 게임을 판매한 온라인 쇼핑몰과 오픈마켓 판매자를 검찰에 기소했고, 사설서버∙웹하드∙P2P 서비스를 통한 불법복제 게임 배포도 적극 단속해 접속을 차단하거나 관련자를 검거에 힘을 썼습니다. 오토에 대해서도 유 장관이 “게임 파괴범”이라 지목했고, 게임법 개정안에 오토 배포를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이 담기기도 했습니다.
셧다운제가 두 개가 되어버린 이유는?
이 외에도 국내 중소 게임사 육성을 전담하는 글로벌게임허브센터 설립, 한국게임산업진흥원 등 산하기관을 통∙폐합한 콘텐츠 종합 진흥기관인 한국콘텐츠진흥원 설립 등이 게임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주요 활동이었습니다. 앞선 행적만 보면 게임업계에서 우려할 부분은 특별히 없어 보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장관 시기 말미에 매우 큰 사건이 터져버렸습니다. 2008년부터 조짐을 보이던 셧다운제가 2010년에 급물살을 탔고, 게임 주무부처임에도 여가부로부터 주도권을 가져오는데 실패하며 셧다운제가 두 개가 생겨버리는 결과를 낳았기 때문입니다.
시작은 무난했습니다. 국회에서 셧다운제가 발의됐던 2008년에 문체부는 셧다운제 자체를 반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이후 2009년에 문체부가 국회에 게임법 전부개정안을 제출했던 적이 있는데, 당시 보건복지부는 ‘게임 중독 예방에 대한 요구’가 대부분 제외됐고, 청소년보호법에 그 내용을 담겠다며 부처 간 갈등이 고조된 바 있습니다. 당시 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게임산업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고 있다. 문체부는 게임산업을 부흥시키는 것에 주력할 것”이라 언급하며 사실상 게임법에 관련 내용을 담기는 어렵다는 뜻을 내비쳤습니다.
그런데 2010년 1월에 보건복지부에서 청소년 업무가 여가부로 이관되며 셧다운제 역시 여가부 몫이 됐습니다. 이 때부터 셧다운제를 자기네 것으로 가져오기 위한 두 부처의 충돌이 본격화됩니다. 핵심은 ‘청소년 심야게임 접속을 막는다’로 같았지만, 규제를 어떠한 법에 두느냐와 적용연령에 있어 의견이 크게 엇갈렸습니다. 문체부는 14세 미만에 게임법으로, 여가부는 19세 미만에 청소년보호법으로를 고집하며 1년 간 대립각을 세웠습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법에 직접 영향을 받을 게이머나 업계는 뒷전이고 부처 밥그릇 싸움에 매몰됐다고 지적했죠.
장기간 갈등하던 두 부처는 2010년 12월에 1차 합의안을 냅니다. 셧다운제를 각각 하나씩, 2개를 가져가는 것이죠. 문체부는 18세 미만을 대상으로 한 선택적 셧다운제, 여가부는 16세 미만에 적용되는 강제적 셧다운제입니다. ‘16세’라는 모호한 나이는 문체부와 여가부가 서로 ‘14세’와 ‘19세’를 두고 겨루다가 협의 끝에 나온 연령입니다.
게임법-청보법 조정안□ 게임법 내 게임 과몰입 관련 조항 : 청소년(만18세 미만) 일반 적용게임이용자 회원가입시 실명/연령 확인 및 본인인증(일반인 대상)청소년의 회원가입시 친권자 등 법정대리인의 동의확보청소년 본인 또는 법정대리인의 요청시 게임이용방법, 게임이용시간 등 제한(선택적셧다운제도)청소년 본인 및 법정대리인에게 게임이용시간, 결제정보 등 게임이용 정보 제공과도한 게임이용 방지를 위한 주의문구 게시(일반인 대상)게임화면에 이용시간 경과내역 표시(일반인 대상)문화체육관광부장관 예방조치 충분하지 않을 시 시정명령 부과⇒ 시정명령 위반시 벌칙적용(2년이하 징역/2천만원 이하 벌금)게임의 올바른 이용에 관한 교육 지원□ 청보법 내 게임 과몰입 관련 조항 : 만 16세 미만 적용만16세 미만 청소년에 대해 오전 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인터넷게임 제공 금지(강제적 셧다운 제도)16세 미만 청소년 회원가입시 친권자 동의(선언적 규정)⇒ 구체적 절차는 게임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름16세 미만 청소년 친권자에게 게임이용정보제공(선언적 규정)⇒ 구체적 절차는 게임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름인터넷게임 중독 등 매체물의 오/남용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청소년들에 대한 예방/치료 등의 서비스 지원
위 결과는 여러모로 씁쓸합니다. 하나인 셧다운제가 부처 간 갈등으로 인해 2개로 쪼개졌고, 서로 연령이 달라서 게임사 입장에서는 두 가지 규제를 모두 준비하며 부담이 과중됐다는 지적을 면치 못했습니다. 특히 문체부에 대해서는 게임 주무부처임에도 협상 과정에서 주도권을 가져오지 못하고 사실상 ‘반 쪽짜리 결과’를 받아오는데 그쳤다는 비판이 거셌습니다. 이러한 1차 협의까지가 유인촌 문체부 장관 후보자가 이전 장관 시절에 벌어진 일입니다.
셧다운제서 밀린 유인촌 장관, 게임 질병코드는 과연?
현재 게임업계에서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이르면 2025년에 국내 도입 여부가 결정되는 ‘게임 질병코드’입니다. 따라서 당장 내년부터 관련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며, 보건복지부에서는 올해 국정감사에도 관련 질의와 답변이 화두에 오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에 대해 문체부 장관 역시 과거와 달리 ‘게임 주무부처’로서 주도권을 잡고 산업에 큰 지장이 생길만한 부분을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문제는 유인촌 장관 후보자가 기대되는 협상력을 보여줄 수 있느냐입니다. 앞서 셧다운제에서 게임 주무부처임에도 협의에 사실상 밀린 모습을 보였고, 게임을 넘어 문화계 전반에 큰 충격을 줬던 블랙리스트 사건에 초기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인물이기에 인사청문회를 시작으로 각종 논란과 이슈에 대응에 전념해야 할 판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게임이 나쁜 것이 아니라 게임중독이 나쁜 것’이라는 언뜻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주객이 전도된 논리를 앞세운 보건복지부 등 관계부처의 추진을 막을 묘안을 떠올릴 수 있느냐는 의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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