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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言] 보드게임 제작팀이 PC게임 '던전청소부' 만든 이유
- console 오래 전 2023.10.16 09:50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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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던전청소부 타이틀 이미지 (사진제공: 팀 디미디움)
지난달 텀블벅 페이지를 살펴보던 본 기자는 매력적인 그래픽을 가진 인디게임 ‘던전청소부’를 발견했다. 카툰 느낌의 그림체,
한붓그리기 퍼즐이라는 규칙은 쉽지만 클리어는 어려운 게임성이 매력적으로 보였다. 주인공
콘셉트도 독특했는데, 무려 던전을 청소하는 악마였다. 악마, 던전, 청소부, 한붓그리기
등 도저히 이어지지 않을 것 같은 소재들이 하나로 엮인 기획에 흥미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더 놀라웠던 점은, 이 게임을 개발한 팀의 이력이다. 팀 디미디움은 주로 현실 보드게임을 제작하던 소규모 팀인데, 4개월이라는
다소 짧은 시간동안 PC게임 던전청소부를 개발해 지난 8월 2023 부산인디커넥페스티벌(이하
BIC)에 출품하기도 했다. 던전청소부는 어떤 게임이고,
이들을 개발한 팀 디미디움은 왜 갑자기 PC게임을 개발하게 되었는지 확인해 봤다.
한붓그리기 퍼즐게임 던전청소부
던전청소부의 장르를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한붓그리기 퍼즐게임이다. 플레이어는
악마 청소부가 되어 던전 바닥에 늘어붙은 때와 핏자국을 모두 제거해야 한다. 깨끗한 바닥을 다시 지나가면
미끄러지고 바닥에 부딪히며 게임오버가 되기에, 결국 한붓그리기 형식으로 모든 곳을 청소해야 한다.
배경이 던전인 만큼 스테이지는 층으로 구성됐고, 여기에 맞춘 다양한
기믹도 준비돼 있다. 예를 들어 양치기 소년이 있는 층에서는 바닥을 닦으면서 흩어진 양을 찾아야 하며, 용과 흑기사가 등장하는 스테이지는 바닥이 지나치게 더럽기에 두 번씩 지나가야 청소가 완료된다.
▲ 한붓그리기에 독특한 아트를 더했다 (사진제공: 팀 디미디움)
이처럼 던전청소부는 다소 오래된 놀이 주제이기도 한 한붓그리기에 차별점을 부여하기 위해 독특하고 강렬한 콘셉트와
아트워크의 힘을 빌렸다. 과거 무료 게임으로 출시되어 많은 인기를 끈
‘헬테이커(Helltaker)’처럼, 재미있고
규칙이 어렵지 않은 퍼즐과 카툰 분위기 디자인이 결합되어 독특한 매력을 발산한다.
여기에 주인공과 설정도 독특하다. 주인공은 악마이면서 동시에 청소부인데, 둘 다 일반적인 주인공의 역할과는 사뭇 어울리지 않는다. 배경이
던전이라면 전투나 용사, 마왕이 주요 소재가 되기 마련이기에 다소 과감한 선택이라 볼 수도 있다. 과연 게임을 개발한 팀 ‘디미디움’은
게임 아이디어와 모티브를 어디서 가져왔을까?
▲ 주인공 악마 청소부 (사진제공: 팀 디미디움)
보드게임 제작팀이 PC게임을 개발하게 된 이유
던전청소부를 개발 중인 팀 디미디움은 기획의 이재웅, 아트의 소금, PM 박예림으로 구성됐으며 이전부터 다양한 보드게임을 제작했다. 보드게임을
사랑하는 이들이 모여 2021년 첫 텀블벅 프로젝트 ‘쿡팟’을 시작으로 '인트루드', '파이오니어즈', '우리집 돼지저금통을 훔쳤다!', '인체인' 등을 성공리에 출시한 이력이 있다.
▲ 팀 디미디움 로고와 던전청소부 개발진 (사진출처: 던전청소부 텀블벅 후원 페이지)
이들이 보드게임이 아닌 PC게임을 제작하게 된 이유는 아트 담당 소금의
제안이 있었다. 그녀는 이전에 친구들과 ‘게임 잼(단기간 비디오게임을 개발해 출품하는 대회)’에 참가한 이력이 있었는데, 이 때 즐거웠던 기억을 발판삼아 팀원들에게 짧은 기간 제작할 수 있는 퍼즐게임을 만들어보자고 제안했다. 이를 들은 박예린 PM은 기반비용부터 많은 현실적인 문제를 생각해야
하는 보드게임에 비해 PC게임이 더 자유롭다는 생각이 들었고, 무엇보다
팀원 염원이 커서 동참했다고 했다. 참고로 처음 게임 개발은 제안한 소금은 “짧은 기간이 4개월이 될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고 회상했다.
보드게임을 만들던 팀이었지만 다행히 이재웅 기획자가 과거 유니티 기반 모바일 프로그래밍 경험이 있었고, 이를 살려 본격적으로 게임 개발을 주도했다. 그는 “무엇을 만들까 고민하다 한붓그리기 퍼즐을 떠올리게 됐다”며, “금방 만들겠다 싶었는데,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소요됐다’고 했다. 이후 오당 일러스트레이터가 합류해 게임 스토리와 캐릭터
아트를 담당하게 됐고, 배경음악과 효과음을 제작하는 원명식 개발자도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게임 개발이
본 궤도에 올랐다.
다양한 동화와 고전게임, 코믹스 등에서 영감 얻은 던전청소부
던전청소부 게임 아이디어는 많은 사랑을 받은 고전게임 ‘환세취호전’의 미니게임에서 가져왔다. 이재웅 개발자는 “아타호가 술집에서 술값을 내지 못했을 때 청소를 대신하는 미니게임이 있었다”며, “어릴 때 매우 재미있게 했고, 이 미니게임을 메인으로 한 게임
던전청소부를 개발하게 됐다”고 전했다. 또 청소만 하면 다소
심심한 게임이 탄생할 것으로 생각되어, ‘던전’이라는 컨셉을
추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 환세취호전에 등장하는 청소 미니게임 (사진출처: 아재와의 시간여행 유튜브 채널 갈무리)
던전과 청소부라는 어울리지 않는 테마를 연결하고, 주인공을 창조한
것은 오당 일러스트레이터였다. 그는 “영웅들이 보물을 찾고
마왕을 처치하기 위해 던전을 쑥대밭으로 만들어놓는데, 다음에 다시 방문하면 예전 상태로 되돌아가 있다. 이것을 주인공 악마 청소부가 모두 깨끗하게 정리한다는 콘셉트로 가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해 던전청소부 주요 배경과 주인공 설정을 만들었다.
게임의 주인공 청소부는 미국 코믹스 ‘헬보이’를 참고했다고 오당 일러스트레이터는 말했다. “해당 만화가 가진 강렬한
이미지에 끌렸고, 단순하면서도 아이코닉한 주인공을 만들기에 적합하다고 생각했다”며, “악마는 강함의 척도가 다양해 스토리에서 활용하기 좋았고, 단순하면서도 강한 인상을 가진 캐릭터로서 구상했다”고 전했다.
▲ 주인공과 게임 콘셉트를 설명하는 만화 (사진제공: 팀 디미디움)
배경이 되는 던전과 기믹도 여러 장소에서 모티브와 콘셉트를 빌렸다. 제작진은
층마다 테마를 공유하면서도, 점점 환경이 혹독해지는 던전 느낌을 배경에 담아내려고 노력했다. 또 모든 스테이지가 인간(형 몬스터)과 동물(형 몬스터) 페어로
개발됐고, 각 층마다 고전 설화나 동화에서 착안한 인물들이 등장하도록 설정했다. 양과 소년은 동화 ‘양치기 소년’에서, 흑기사와 용은 ‘잠자는 숲속의 공주’에서, 진(지니)과 샐러맨더는 ‘천일야화’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다만 캐릭터는 원본 그대로 사용되지 않았는데, 예를 들어 게임에서
양치기 소년과 늑대는 서로 친하고, 흑기사와 용은 서로 사랑에 빠졌으며, 지니는 다른 사람의 명령을 듣지 않는 식이다. 개발진은 이런 식으로
캐릭터 세부 스토리를 구상하고, 비단 게임 배경으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플레이와 어떻게 융합할 것인가를
고민했다. 소금 개발자는 “게임에서 스토리와 퍼즐을 어떻게
이을 것인지에 많은 신경을 기울였다”며, “단순히 퍼즐, 대화 순으로 잇는다면 유기적으로 느껴지지 않아 새로고침을 하면 대사가 바뀌거나 기믹을 사용할 때 말을 거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스토리를 전개하고자 노력했다”고 전했다.
▲ 양치기와 양, 진과 샐래맨더 등 동화에서 모티브를 얻은 캐릭터가 등장한다 (사진제공: 팀 디미디움)
던전 청소부 개발에 있어서 난항, 그리고 개발 현황
게임 콘셉트를 잡는 일뿐만 아니라 게임의 핵심 요소인 퍼즐 부분을 제작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퍼즐은 단순하게 시행착오와 반복을 통해 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창의적인
방식으로 생각할 때 답을 찾을 수 있는 퍼즐을 만들었다고 개발진은 전했다. 이재웅 개발자는 “퍼즐의 품질에 정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며, “기왕이면 창의적인 생각, 발상의 전환을 꾀해야만 풀 수 있는 퍼즐을
제작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 과정에서 진행이 막히고, 플레이어가 잠시 쉬면서 생각하는 순간이 가장 즐거울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다만 난이도 조절에 있어서 시행착오가 필요했다. 팀 디미디움은 지난 8월 개최된 BIC에서 던전청소부를 선보였다. 많은 게이머들이 게임에 흥미를 보였고 칭찬도 했지만, 동시에 난이도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박예린 PM은 “스토리 전개에 대해 칭찬이 많았고, 퍼즐이 어렵다는 의견도 있었다”라며, “이 게임은 퍼즐 게임이고,
그렇기 때문에 퍼즐이 어려워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 바닥 얼룩과 양까지 모두 제거해야 청소 완료 (사진출처: 스팀 상점 페이지)
▲ 층수를 내려가면 기믹이 쌓이면서 난이도가 더 올라간다 (사진출처: 스팀 상점 페이지)
던전청소부는 초기 계획대로 총 5개 챕터로 출시될 예정이고, 퍼즐은 메인스토리 퍼즐 18종에 더해 어려운 난이도를 즐기는 플레이어를
위한 나이트메어모드 퍼즐 6종을 더해 총 24개 퍼즐로 출시될
예정이다. 또한 만약 게임이 인기를 끌게 된다면, 추가 콘텐츠로
실물 퍼즐북도 제작할 계획이다. BIC에서 퍼즐북 샘플을 전시했는데,
많은 게이머들이 관심을 가졌다고 한다.
현재 개발은 성황리에 진행되고 있으며, 추가 스테이지와 NPC 아트 작업을 게임에 적용하는 중이다. 개발진은 빠르면 10월 말, 늦어도 11월
중순 전에는 정식 출시를 목표로 제작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재웅 개발자는 “시작은 가벼운 마음이었으나 후원도 많았고 BIC 현장 반응도 뜨거웠다”며, “재미있는 게임 만들겠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드리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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