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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言] 7년 동안 느리고 꾸준하게, 팀 오파츠 ‘프로스토리’
- console 오래 전 2024.01.15 09:50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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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스토리 데모판 메인화면 이미지 (사진: 게임메카 촬영)
‘면벽구년’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불교 선종을 창시한 달마대사가
중국 소림사에서 무려 9년동안 벽을 보고 수련해 깨달음을 얻었다는 설화에서 탄생했다. 그는 졸음을 피하기 위해 스스로 눈꺼풀을 제거해가며 정신을 가다듬었다고 전해지니, 엄청난 노력이 담긴 이야기라 하겠다.
팀 오파츠의 백종원, 서병기 개발자는 9년까지는 아니지만, 최소 7년
이상 인디게임 ‘프로스토리(Frostory)’ 하나만을 개발했다. 그들은 과거 2019년 부산인디게임페스티벌에 게임을 출품해 루키
디자인상을 수상했고, 게임메카와 인터뷰도 진행했다. 이후 2023년 인디게임행사 버닝비버에 프로스토리 데모판을 출품하는 등, 느리지만
꾸준하게 게임을 완성하고 있다. 2024년 현재 팀 오파츠와 프로스토리는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만나봤다.
팀 오파츠와 프로스토리의 시작
프로스토리를 개발하는 팀 오파츠에는 백종원, 서병기 두 개발자가 속해
있다. 두 개발자는 같은 대학교 컴퓨터 공학과를 전공했고, 프로그래밍
개발 동아리에서 처음 서로를 만났다. 이들은 동아리에서 의견을 나누며 함께 게임 개발을 시작했고, 특히 둘 모두 과거 플래시 기반 게임을 제작한 경험이 있었던 만큼 거대한 규모의 타이틀 보다는 소규모 게임을
기획하게 됐다.
두 사람은 이후에도 산업기능 요원으로서 활동하며 게임 개발을 이어갔고,
2017년 프로스토리라는 이름의 기획서가 처음 세상에 나왔다. 다만, 당시 초안으로 제작된 게임은 현재와는 상당히 다른 모습이었는데, 어릴
적 ‘얼음땡’에서 영감을 받아 얼음의 요정을 조작해 적을
얼리는 형식의 캐주얼 모바일게임이었다. 주인공 또한 뾰족한 얼음 뿔이 달렸고, ‘프로스토리’라는 게임 제목 역시 얼음의 요정에서 착안한 것이었다.
다만 게임은 기획 단계에서 계속된 잡음이 발생했다. 서 개발자는 “2017년 당시는 계획이 사실 없었다고 해도 무방하다”며, “어떤 게임을 만들지, 스토리는 무엇인지 기획하는 것 자체가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2019년에 들어서야 결국 체계가 어느정도 완성되어
설정과 스토리는 백 개발자가, 레벨 디자인과 전투 등은 서 개발자가 주도하게 됐다고.
▲ 프로스토리 초기 구상, 주인공 얼음 요정 (사진제공: 팀 오파츠)
▲ 팀 오파츠 로고 이미지 (사진제공: 팀 오파츠)
▲ 왼쪽부터 백종원, 서병기 개발자 (사진: 게임메카 촬영)
어두운 분위기와 밝은 주인공이 특징인 프로스토리
그런 그들이 만든 프로스토리는 2D 픽셀아트 어드벤처게임이다. 플레이어는 주인공 요정을 조종해 각종 지역을 탐험하고 적과 싸우게 된다. 백
개발자는 “원 샷, 언더테일 등을 너무 재미있게 플레이해
이들에 영감을 받았다”며, “스토리를 즐길 수 있으면서도
차별적인 상호작용도 세밀하게 구성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전했다.
프로스토리는 요정과 인간이라는 두 문명이 서로 대립하다 결국 모종의 이유로 멸망에 가까워진 가상의 세계를 다룬다. 주인공은 요정이며, 정체를 알 수 없는 탑을 오르게 된다. 그 과정에서 레오나르도라는 또 다른 도우미 요정의 힘을 빌려 세계를 탐험하고,
세계가 멸망한 이유와 주인공을 공격하는 어둠의 존재들의 숨겨진 비밀도 밝혀내게 된다.
▲ 주인공 요정과 레오나르도 (사진제공: 팀 오파츠)
▲ 어두운 배경, 다양한 펴즐이 등장하는 프로스토리 (사진제공: 팀 오파츠)
프로스토리는 얼리기·붙잡기·공격·대시 네 액션을 기본으로 이를 응용하면서 적과 싸우거나 지역을 탐험하게 된다.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이런 기본 동작에 추가 효과가 더해진다. 예를 들어 얼리기를 적에게
사용하면 얼어붙어 멈추고, 이때 공격하면 더 큰 피해를 입힌다. 이후에는
움직이는 레버를 멈추거나, 동료를 얼려 스위치를 작동시키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얼음 능력이 확장된다.
프로스토리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상당히 어둡지만, 등장하는 주인공과
레오나르도 등은 상당히 밝고 귀엽다. 연출 또한 상당히 공을 많이 들여 사망 후 부활 장면, 보스 사망 장면 등이 어둡고 약간 공포스러우면서도 세밀하게 묘사됐다. 백
개발자는 “세계관, 배경,
적 등이 상당히 어두운 분위기고 이에 대비되는 밝은 캐릭터를 내세워 분위기를 강조했다”라며, “전투가 중요한 게임은 내용도 어두워야 정당성이 느껴진다”고 밝혔다.
▲ 적을 얼리고 더 강력한 대미지를 줄 수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오랜 개발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그렇게 게임을 개발했지만, 기간이 길어지면서 상당한 고생길이 펼쳐졌다. 처음 개발을 할 때는 기획과 계획이 문제였다. 백 개발자는 “2017년 게임 개발을 시작할 당시는 학업과 병행했고, 진전이 더뎠다”며 “서 개발자와 매일 싸웠고, 무수한
다툼과 토론의 결과가 프로스토리의 밑거름이 됐다”고 회상했다. 당시
의견대립이 얼마나 심했는지, 서 개발자는 초기 1년을 끝으로
개발을 포기하려고까지 생각했었다고.
또 게임에는 고난도 보스전, 숨겨진 아이템이나 비밀, 새 능력을 얻으면 더 많은 지역을 탐험할 수 있는 어드벤처 요소 등이 포함됐다. 서 개발자는 “게임에 여러 요소를 담은 이유는, 플레이하는 누구라도 하나쯤은 매력으로 느끼는 요소가 있었으면 해서였다”라고
말했다. 다만 이런 내용을 구상하고 구현하는 것이 정말 어려웠다고 개발자들은 말했다.
▲ 전투, 장비 시스템, 탐험, 퍼즐 등 다양한 요소가 포함된 프로스토리 (사진제공: 팀 오파츠)
예를 들어 데모 버전 최종 보스를 처치하고 나면, 보스가 주인공에게
살려달라고 비는 장면이 나온다. 이 장면에서 주인공이 그를 용서해주는지, 혹은 특정 타이밍에 공격하는지 등에 따라 수많은 상호작용이 가능하다. 이런
요소는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게임의 몰입을 높여주지만, 개발단계에서는 수많은 가능성이 부담을 더했다. 백 개발자는 “처음에는 자신이 아는 모든 요소를 다 넣으려고 했지만, 결국 수많은 요소들이 폐기되고 시너지가 일어날 것만 남겼다”고 말했다.
결국 이들의 큰 포부는 긴 개발 기간으로 이어졌다. 처음 게임을 구상하고, 이것이 본격적으로 구체화되어 데모 버전이 나온 것이 무려 2019년이었다. 2~3년의 기간 동안 수많은 내용이 생기고, 또 폐기됐다. 백 개발자는 “초기에는 콘셉트가 바뀌어서, 학업과 병행해서 등 수많은 이유로 개발이 오래 걸렸다”라며, “우리가 개발하고자 하는 게임의 규모에 비해 인원이 둘뿐인 만큼,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라고 전했다. 그렇게 그들의 개발은 2024년까지 장장 7년동안 이어졌다.
▲ 다소 공포스러운 사망 연출 (사진제공: 팀 오파츠)
▲ 다양한 상호작용이 연출되는 보스전 (사진제공: 팀 오파츠)
그럼에도 그들은 나아간다, 천천히 꾸준하게
처음 게임을 구상하고 7년, 첫
데모 버전이 출시되고부터는 4년의 세월이 흘렀다.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었지만, 그들은 끈기있고 꾸준하게 프로스토리에 매진했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포기했을지도 모르는 시간 동안, 그들은 데모버전을 개선하고 각종 인디게임 행사에 출품하는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백 개발자는 “앞으로도 부산인디게임페스티벌, 버닝비버 등 다양한 인디게임 행사에 게임을 출품할 것이다”라며, “이는 우리가 개발을 지속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이런 오랜 개발을 이어갈 수 있는 원동력에 대해 서 개발자는 게임에 대한 사랑이라고 낙천적으로 대답했다. 서 개발자는 “오랜 기간 풀리지 않던 개발 문제나 스토리 엉킴이
하나씩 해결되는 경우도 있다”라며, “좋아하는 게임을 직접
만들고, 그것이 더 발전해가는 모습을 보는 것이 재미있었다”고
밝혔다.
▲ 2019년 당시 프로스토리 데모버전, 지금과 약간 다르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튜토리얼 지역을 넘어가면 나오는 사막 스테이지 (사진제공: 팀 오파츠)
다만 출시 시기만큼은 두 개발자 모두 확답을 내놓지 못했다. 개발자들은
프로스토리가 총 일곱 챕터로 구성될 예정이며, 한 스테이지가 공개된 데모판 보다 크다고 밝혀 프로젝트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었다. 다만 두 개발자 모두 게임을 완성하겠다는 열망이 가득했다. 서 개발자는 “할로우 나이트처럼 오랜 기간 만들어져 명작 반열에
드는 게임도 많다”라며, “그런 게임도 결국 사람이 만든
것이므로, 우리도 언젠간 프로스토리를 완성할 것이라고 믿는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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