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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게임업계, 인도 총선 싸움에 등 터질라
- console 오래 전 2024.03.14 13:50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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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을 전후로, 인도가 중국에 이은 제 2의 초대형 게임시장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큰 성과를 낸 회사는 역시 크래프톤이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을 인도 국민 게임이자 커뮤니케이션 앱으로 만들었고, 그 결과는 인도 서비스가 재개된 2023년 매출이 전년 대비 37% 상승한 것 등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다만, 인도 시장은 기존 다른 국가들과는 달리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곳이다. 위에서 예로 든 크래프톤만 해도 두 차례에 걸쳐 인도 서비스가 중지됐고, 최근 들어 또 비슷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는 보도가 나올 정도다. 다른 나라가 국민성이나 역사 문제, 현지 법률과 문화 등만 고려하면 되고 중국의 경우도 공산당 일당체제 특유의 변화무쌍함 정도만 추가하면 됐다면, 인도의 경우 복잡한 정치 상황, 종교 분쟁, 주변국과의 외교 갈등 등을 고루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게임 하나 서비스하는 데 고려해야 할 상황이 어마어마하게 많다.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이 정치적 상황이다. 인도는 오는 4~5월 총선을 앞두고 있다. 현재 양상은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이끄는 집권여당인 BJP의 우세가 점쳐지지는데, 그 과정에서 종교가 얽힌다. 현 모디 정권은 '힌두 우월주의'를 내세우며 표를 모으고 있다. 인도는 종교의 자유가 보장된 세속국가지만, 전국적으로 보면 힌두교 비중이 80%에 달한다. 이들에게 가장 큰 눈엣가시는 힌두에 이어 인도 종교 점유율 2위를 차지하는 무슬림이다. 근대 이후로 힌두와 무슬림은 지속적인 갈등을 빚어 왔는데, 이번 총선을 앞두고 힌두교 우대정책과 이슬람 탄압이 노골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 지난 12일, 인도 라자스탄 주 군사훈련 현장에 참석한 모디 총리 (사진출처: 모디 공식 사이트 영상 갈무리)
실제로 최근 인도에서는 무슬림 사원을 때려부수고 그 자리에 힌두교 사원을 세우는 등의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 1월에는 모디 총리가 무슬림 사원 자리에 새롭게 새운 대형 힌두교 사원 준공식에서 감격하는 연설을 한 적도 있다. 이러한 일들은 인도의 복잡한 종교적 상황과 그로 인한 갈등을 부채질하고, 국가는 그 과정에 직접 개입해 민심을 얻는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정치 상황을 왜 게임사가 알아야 하는가? 이에 대해서는 최근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도(BGMI) 관련 인도 현지 보도를 참고해야 한다. 인도 대형 언론사인 뉴스18은 지난 3월 6일, 인도 사이버 보안 부서 고위 관리가 BGMI 서비스 중단을 권고했다고 보도했다. 진위 여부를 확인할 순 없지만, 근거는 꽤 명확하다. 지난해 7월 발생한 한 파키스탄인의 불법 밀입국 문제와 관련한 재발 방지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철천지 원수 관계다. 서로 핵 개발 경쟁을 이어오고 있고, 카슈미르에서는 총격전도 심심치 않게 벌이고 있으며, 양국 국민 간 적대 감정은 최고조에 달해 있다. 인도에서 가장 심한 욕이 '너 파키스탄 사람 아냐?', '파키스탄으로 꺼져' 라는 점을 고려하면 어떤 관계인지 짐작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양국은 영국 식민지 시절까지 같은 나라였으며, 언어나 문화 측면에서 상당 부분을 공유하고 있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1970년대 남북한 관계에 종교와 지역감정을 더한 느낌이다.
그 와중 하나의 사건이 터졌다. 시마(Seema)라는 이름의 한 파키스탄 여성은 2023년 7월, 뉴델리 근처 위성도시인 노이다에 위치한 남자친구 사친(Sachin)을 만나기 위해 아이들과 함께 인도-파키스탄 국경을 밀입국해 넘어왔다. 당시 인도와 파키스탄 양국은 유엔 총회에서 서로를 헐뜯는 연설을 하는 등 감정이 좋지 않을 시기였다. 이에 인도 당국은 시마를 스파이 혐의로 체포하기도 했다. 파키스탄에 남아 있던 남편은 그녀를 상대로 소송을 냈고, 이 사건은 인도 전역에 대서특필됐다.
▲ 게임에서 만난 남자친구를 찾아 파키스탄에서 인도로 밀입국한 여성 시마 하이더 (사진출처: 시마 하이더 페이스북)
왜 갑자기 이런 사건을 언급하냐면, 시마가 사친을 만난 곳이 다름아닌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도(BGMI) 게임 내였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은 게임이지만, 인도 현지에서는 게임 뿐 아니라 사람과 사람 간 커뮤니케이션을 이뤄주는 메타버스 역할까지도 한다. 즉 이 사건은 종교와 국경의 제한이 없는 온라인 게임 환경에서 국가의 정책이나 국민적 감정에 반하는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고 있고, 이것이 실제 밀입국까지 이어진 사례로 보도됐다. 실제로 2024년 현재고 꽤 많은 인도의 시골이나 일부 주에서는 아직도 카스트가 서로 다른 이들의 연애나 결혼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때로는 마을 차원에서 사적 제재를 가하기도 한다. 현재 해당 여성은 노이다에 정착해 힌두교로 개종하여 잘 살고 있지만, 현지에서는 밀입국이 가능했던 배경과 이를 막지 못 한 시스템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일부 화살이 게임으로 돌아갔고, 정치적 공격이 시작됐다. 현지 언론은 인도 정부의 사이버 보안 부서에서 BGMI를 통해 수집된 정보들이 사이버 범죄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는 국가 안보를 위태롭게 한다고 평가했다는 소식통 자료를 인용했다. 관련해서 크래프톤 측의 소명 기회가 주어지긴 하겠지만, 전반적 분위기가 험악하다는 것은 쉽게 알 수 있다. 해당 소식이 국내에 보도되자, 14일 크래프톤 주가는 한때 10%까지 급락하는 등 위험 요소로 여겨지고 있다.
이 분위기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소한 총선, 그리고 그 이후에도 지지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인도 정부는 파키스탄이나 방글라데시 등 주변국에서 넘어온 이주민 중 '비 무슬림'에 한해 시민권을 빠르게 제공하는 법안을 시행했다. 무슬림에 대한 차별과 탄압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는 얘기다. 이로 인해 웨스트 뱅갈 주나 아쌈 주 등 무슬림 비중이 높은 주들에서 반발 여론이 일고 있으며, 이를 억누르기 위한 집권여당 BJP의 행보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중국과의 마찰도 심화돼 북서부 중국 국경 지대에 병사를 추가 배치하고 있으며, 최근 인도인 청년 일부가 약취유인돼 러시아로 보내져 전쟁터로 나가 일부가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러시아 관련 여론도 굉장히 좋지 않다.
▲ 인도에서 연일 벌어지고 있는 무슬림 시위 현장 (사진출처: 알 자지라 잉글리시 방송 갈무리)
인도에 진출한, 혹은 진출을 예정하고 있는 게임업계 입장에서는 이러한 정치·사회·종교·외교적 소용돌이에 휘말려 새우 등 터지지 않게끔 조심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회사 지분 일부를 중국 업체가 가지고 있다거나, 파키스탄이나 방글라데시 등 무슬림 국가들과 같은 지역 서버를 이용한다거나, 과거 중국이나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러시아 등에 자사 게임을 서비스하며 다양한 현지 친화적 발언을 했다거나, 아니면 단순히 BGMI처럼 영향력이 크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희생양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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