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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1 18:40

[인디言] 조선풍 꼬리잡기 마피아게임 ‘귀귀살전’

  • console 오래 전 2024.07.01 18:40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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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귀살전 대표 이미지 (사진출처: 텀블벅 페이지)
▲ 귀귀살전 대표 이미지 (사진출처: 텀블벅 페이지)

사회적 추론 장르는 흔히 ‘마피아게임’이 떠오르는 추리게임의 한 종류다. 참가자들이 실시간으로 정보를 교환하고 그 과정에서 협력, 혹은 배신이 이뤄지는 것이 재미 요소다. 대표적 게임에는 ‘어몽 어스(Among Us)’, ‘구스 구스 덕(Goose Goose Duck)’ 등이 존재한다. 대화가 많을수록 추리의 근거가 늘어나고, 아는 사람들끼리 할수록 재미 요소가 다채로워지는 특징 때문에 어몽 어스가 출시된 2018년부터 특히 인터넷 방송에서 유행을 탔다.

그런 사회적 추론게임을 국내에서 만드는 인디팀이 있다. 팀 명칭부터 '저승협회'로 상당히 강렬하며, 게임 타이틀명은 ‘귀귀살전’으로 ‘귀신들끼리 서로 찾아 죽이는 살육전’이라는 냉혹한 뜻을 담았다. 그런데 실제 등장하는 캐릭터는 어딘가 바보스럽게 보이는 조선풍 영혼으로, 오히려 게임 분위기를 희석하는 매력 포인트를 지녔다. 과연 어떤 이유로 이런 게임을 만들게 됐는지, 게임메카는 저승협회 장현준 대표(이하 장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 귀귀살전 플레이 영상 (영상출처: 귀귀살전 공식 유튜브 채널)

조선 지옥 배경 사회적 추론게임 ‘귀귀살전’

귀귀살전의 배경은 조선의 저승 중 지옥이다. 지옥에 도달하는 신규 영혼의 수가 너무 늘어나자, 무게가 너무 무거워져 결국 지반부터 무너질 위기에 처한다. 이에 저승을 관장하는 염라대왕은 영혼을 감소시킬 비상 대책, ‘귀귀살전’을 발표했다. 귀귀살전은 영혼들끼리 서로 공격해 최후의 생존자를 기리는 배틀로얄로, 최후의 생존자는 이유불문 환생할 수 있다.

위와 같은 이야기가 게임 마스코트 ‘혼이’의 어딘가 넋이 나간 듯한 표정과 합쳐지자, 상당히 묘하면서도 해학적인 스토리가 탄생했다. 여기에는 사회현상에 대한 개발자의 풍자도 담겼다. 장 대표는 “게임은 단순한 몰입의 수단을 넘어 현실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개발 철학을 가지고 있다”라며, “지옥은 악인들이 가는 곳이기에, 영혼이 넘친다는 이야기는 그만큼 현실에서도 악인이 많다는 것을 드러내고자 하는 의도였다” 라고 전했다.

혼을 공격해 환생하는 독창적인 서사 (사진출처: 텀블벅 페이지)
▲ 혼을 공격해 환생하는 독창적인 서사 (사진출처: 텀블벅 페이지)

귀귀살전에도 이런 개발 철학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장 대표는 “죄를 지어서 현실로 온 악인들이, 또 다시 살인을 통해 환생을 하는 구조”라며, “과연 우리는 지은 죄에 합당한 벌을 받고 있는가에 대한 여러 방향의 질문도 던져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귀엽고 개성있는 캐릭터에 비해 진중한 개발철학을 보인 장 대표와 저승협회, 이들은 어떤 마음가짐으로 게임을 개발 중일까?

귀귀살전 조작 캐릭터이자 마스코트
▲ 귀귀살전 조작 캐릭터이자 마스코트 '혼이' (사진제공: 저승협회)

어려운 길을 택한 인디팀 ‘저승협회’

저승협회는 대학교 연합 동아리에서 출발했다. 2022년, 3일간 게임을 개발해 출품하는 대회 '충남 게임잼'에서 ‘귀살뎐’이라는 귀귀살전의 프로토타입을 처음 개발했다. 장 대표는 본래 게임잼까지만 만들려 했으나, 게임의 가능성이 엿보여 계속해서 개발을 이어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당시 게임을 개발했던 초기 맴버는 6명이었으나, 이 중 일부는 결국 팀을 나갔다.

장 대표는 2년 전 귀귀살전 개발을 이어가기로 결정했던 당시 선택을 ‘낭만적이었다’고 회고했다. 네트워크 기반 게임인 만큼 서버나 관련 기술이 필요했으나, 관련 노하우가 매우 부족했다. 학생들 위주로 구성된 팀인 만큼 스케쥴 관리에도 난점이 있었다. 풀타임으로 근무를 할 수 없는 환경이었고, 연합 동아리였던 만큼 서로 대학도 달라 매번 얼굴을 맞대고 개발하기도 어려웠다고 장 대표는 말했다.

장 대표는 “개발 시작 단계에서는 이런 환경적 요인은 고려하지 못했고, 네트워크 게임도 첫 개발이었다”라며 “물론 위험하고 무모한 선택이었지만, 최대한 완성까지 열심히 달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저승협회는 총괄 기획과 개발을 맡은 장 대표를 포함해, 개발자, 아트, 홍보담당 등 도합 7명, 그리고 외주 사운드 담당과 함께 개발을 이어나가고 있다.

저승협회 장현준 대표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저승협회 장현준 대표 (사진: 게임메카 촬영)

저승협회 구성원 단체사진 (사진제공: 저승협회)
▲ 저승협회 구성원 단체사진 (사진제공: 저승협회)

저승협회 전 맴버 캐릭터 소개 (사진출처: 텀블벅 페이지)
▲ 저승협회 전 맴버 캐릭터 소개 (사진출처: 텀블벅 페이지)

독특한 꼬리잡기 형태의 사회적 추론게임 ‘귀귀살전’

이런 저승협회가 개발 중인 귀귀살전은 여타 사회적 추론게임과는 다른 규칙으로 진행된다. 우선 게임은 ‘꼬리잡기’ 형식을 띈다. 플레이어는 각자 목표 직업을 처치해야 하며, 목표가 아닌 인원을 공격하면 페널티로 본인 역시 사망한다. 적절한 영혼을 처치하면 새로운 목표가 할당되며, 1명의 영혼이 남을 때까지 이를 반복한다.

위에서 언급한 대로, 플레이어는 여러 직업을 가진다. 직업은 조선 설화에 기반했으며, 구미호, 저승사자, 두억시니, 강철이(경상도 설화) 등이 존재한다. 직업마다 각 설화에 맞는 능력이 있는데, 예를 들어 구미호는 꼬리잡기 규칙과 무관하게 특수능력으로 한 명의 영혼을 제거할 수 있다. 두억시니는 꼬리잡기 목표가 아닌 대상만을 처치할 수 있는 특수능력을 지녔지만, 대신 구미호보다 쿨타임이 짧다.

귀귀살전의 꼬리잡기 규칙 (사진출처: 텀블벅 페이지)
▲ 귀귀살전의 꼬리잡기 규칙 (사진출처: 텀블벅 페이지)

구미호, 강철이, 두억시니, 도깨비 등 여러 직업 (사진출처: 텀블벅 페이지)
▲ 구미호, 강철이, 두억시니, 도깨비 등 여러 직업 (사진출처: 텀블벅 페이지)

이런 1 대 1 개인전 형태의 구조를 설계한 이유는 기존 사회적 추론 게임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함이다. 장 대표는 “이런 규칙은 모든 플레이어를 시민이자 마피아로 만들어, 개인전이면서 모두가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한다”라며, “한 쪽에 지나치게 유리한 정보전도 불가능하고, 트롤이나 친교에 의한 부정행위도 덜 발생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귀귀살전의 시간은 크게 낮, 황혼, 밤 3개 시간으로 분리된다. 낮에는 제한시간 동안 일과를 수행해 재화를 얻을 수 있으며, 이때는 일반적인 방식으로는 적을 처치할 수 없다. 황혼에는 일과 동안 번 돈으로 상점을 이용할 수 있다. 황혼에는 정보전에 취약한 직업도 금전을 소모해 랜덤한 영혼의 직업을 알아낼 수 있어, 게임 속도를 한층 빠르게 한다. 밤에는 자유롭게 적을 처치할 수 있으며, 이를 지원하기 위해 시야가 좁고 어두워지며 이동속도는 빨라진다.

귀귀살전 낮, 황혼, 밤 사이클 (사진출처: 텀블벅 페이지)
▲ 귀귀살전 낮, 황혼, 밤 사이클 (사진출처: 텀블벅 페이지)

밤에는 상대 영혼을 공격할 수 있다 (사진출처: 텀블벅 페이지)
▲ 밤에는 상대 영혼을 공격할 수 있다 (사진출처: 텀블벅 페이지)

다소 어려운 게임플레이, 진입장벽에 대한 고민

앞서 언급한 것처럼, 귀귀살전은 기존 사회적 추론 장르에 새로운 규칙을 다수 도입했다. 하루가 둘이 아닌 셋으로 나뉘고, 직업 역시 조선 설화인 만큼 개성이 있지만 직관성은 조금 떨어진다. 이외에도 상점에서 정보 뿐 아니라 꼬리잡기 대상을 바꾸는 '혼돈의 구' 등 게임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소모품을 판매하기도 한다. 여기에 더해 타인과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한 장르 특성에서 발생하는 진입장벽, 더 많은 플레이어를 확보해야 하는 과제 등 어려움이 예상된다. 

장 대표 역시 이에 대해 고민 중이다. 게임 기획에서 머리를 가장 많이 싸맨 부분 역시 바로 복잡한 규칙에 대한 부분이었다고. 그는 초기 테스트에서 나온 피드백을 통해 게임 전반적인 시스템과 볼륨을 캐주얼하게 바꿨고, 향후 추가 테스트를 통해 이런 부분이 유저들에게 어떤 반응을 끌어낼 수 있을지 지켜볼 예정이라 말했다.

얼음보주, 상대를 얼리는 소모품 (사진출처: 텀블벅 페이지)
▲ 얼음보주, 상대를 얼리는 소모품 (사진출처: 텀블벅 페이지)

구미호 직업, 특수능력은 1명 처치 (사진출처: 텀블벅 페이지)
▲ 구미호 직업, 특수능력은 1명 처치 (사진출처: 텀블벅 페이지)

또한 장 대표는 “가장 신경 써서 개발하고 있는 부분이 바로 튜토리얼이다”라며, “실제 게임을 체험해 본 분들도 두 번째 판이 되어서야 게임을 이해하는 모습을 보인 만큼 최대한 정보 전달에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일부 플레이어는 너무 자세한 문장과 글은 읽지 않고 넘기는 모습을 보여준 만큼 어디까지 설명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아직 남았다고.

이외에도 더 많은 인원을 모으기 위한 홍보를 기획 중이라고 장 대표는 밝혔다. 가장 좋은 방식은 기존 사회적 추론 장르 성공작처럼 인터넷 방송인을 통해 입소문이 퍼지는 것이나, 자금이나 인지도가 부족한 인디 개발팀이 이를 전략적이고 효과적으로 시도하기는 어렵다. 장 대표는 “장르 특성상 인터넷 방송보다 더 좋은 방식은 적다”라며, “물론 이외에도 여러 방식을 시도할 예정이지만, 스트리머 합방 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장 대표는 BM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100% 무료 플레이는 더 많은 인원을 모을 수는 있지만 서버비 확충조차 어려울 수 있으며, 패키지 구매 방식을 사용하면 반대로 플레이어 확보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올라간다. 이에 장 대표는 “PC판의 경우 4달러 이하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모바일 버전은 무료로 발매할 계획”이라며, “이후 ‘탐관오리’, ‘암행어사’ 등 귀여운 영혼 스킨을 판매하는 추가 수익구조를 구상했다”라고 전했다.




▲ 다양하게 개발 중인 '혼이' 스킨 (사진제공: 저승협회)

완성에 가까이 다가가는 귀귀살전

장 대표는 현재 기본 규칙과 관련된 핵심 콘텐츠는 거의 80% 이상 구현됐으며, 현재는 각종 효과, 스킨, 배경 등 게임을 다듬는 것에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귀귀살전은 올 10월 스팀과 스토브인디에서 앞서 해보기를 시작할 예정이며, 2025년 상반기 모바일과 PC버전 정식 출시가 목표다. 현재 서버비 확충을 목표로 오는 7월 12일까지 텀블벅에서 후원 모금 중이며, 6월 넷째 주에는 2차 테스트 역시 게임 테스트 플랫폼 ‘플리더스’를 통해 진행할 예정이다.

장 대표는 “저승협회 구성원들은 대부분 게임잼에서 만나 게임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여기까지 서로 이어져왔고, 그 전까지는 잘 모르는 사이였다”라며, “귀귀살전 역시 게임을 통해 인간관계를 잇는 교두보가 됐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귀귀살전 개발 로드맵 (사진출처: 텀블벅 페이지)
▲ 귀귀살전 개발 로드맵 (사진출처: 텀블벅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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