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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미니맵 봐준다? e스포츠 'AI 도핑' 문제 대두
- console 오래 전 2024.08.10 01:40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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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챗 GPT와 GPT 4o 개발사 '오픈 AI' 공식 BI 이미지 (자료출처: 오픈 AI 공식 홈페이지)
최근 생성형 AI가 화두다. 가장 유명한 챗 GPT(GPT 4o), 제미나이 등 대화형 인공지능을 비롯해 인공지능 서비스가 출시됐고, 게임업계에서도 생성형 AI를 개발에 활발히 활용하는 추세다. 여기에 더해 게임 상황을 파악하고 플레이어를 돕는 AI 보조 프로그램 역시 공개되고 있다. 다만 이런 기술 발전은 좋은 방향으로만 작용하지는 않는다. 특히 게임에서 각종 핵이나 게임 파괴 행위에서도 생성형 AI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지난 6월, 중앙대학교 법학연구원 문화 미디어 엔터테인먼트법연구소에서 발간하는 ‘문화 미디어 엔터테인먼트법 제18권 제1호’에는 도핑 개념의 확대와 e스포츠 대회에서의 AI 도핑 규제에 대한 논문이 수록됐다. 아직 AI 도핑은 다소 생소한 개념이다. 과연 AI 도핑은 무엇이고, 이것이 어떻게 e스포츠와 연관될 수 있는지 짚어봤다.
AI 게임 보조 기능 현황
생성형 AI는 현재 주로 게임 개발 환경에서 주로 활용된다. 실제 게임플레이에 합법적으로 도움을 주는 서비스나 소프트웨어는 대부분 개발 중이거나 적용 단계인 경우가 많아 그만큼 일반 이용자에게는 생소한 개념이다. 우선 현재 AI가 게임플레이에 활용되는 현황을 짚어보자.
먼저 최근에도 높은 인기를 구가하는 ‘리그 오브 레전드(League of Legends, 이하 롤)’에 대한 AI 보조 기능이 등장하는 추세다. 작년 11월에는 국내 개발사 지지큐컴퍼니가 AI 게임코칭 서비스 ‘GGQ’ 베타를 시작했다. AI를 통해 유저 플레이를 학습하고 이를 통해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이 특징으로, 밴픽, 룬, 아이템 빌드, 게임 플레이 후 복기 등 개인화된 게임 코칭이 지원된다.
▲ GGQ 베타 스크린샷, 챔피언 승률, 룬, 스펠, 아이템 등 안내 (사진: 게임메카 촬영)
롤 이외 게임에서도 AI 기술을 활용하려는 시도는 계속된다. 엔비디아는 지난 6월 AI 비서 기술인 ‘프로젝트 G 어시스트’를 공개했다. G 어시스트는 사전에 기입된 게임 정보에 더해 현재 화면 정보를 분석해 실시간으로 응답을 생성한다. 지금 적합한 무기, 업그레이드 할 스킬 등에 대한 답변도 얻을 수 있으며, 현재는 ‘아크: 서바이벌 어센디드’에 우선 적용을 위해 개발사와 협업 중이다.
올해 출시된 ‘철권 8’의 경우 ‘슈퍼 고스트 배틀’에 AI 기술을 활용했다. 유저 대전을 기피하는 게이머를 위해 개발됐으며, CPU와 대전을 통해 플레이어가 사용하는 기술, 콤보, 게임 운영 등을 학습하고 모방한다. 딥러닝을 통해 학습하는 만큼, 더 자주 싸울수록 움직임이 정교해진다.
▲ 엔비디아 G 어시스트 시연 이미지 (사진출처: 엔비디아 공식 유튜브 영상 갈무리)
▲ 철권 8 슈퍼 고스트 배틀 스크린샷 (사진: 게임메카 촬영)
게임보다 먼저 인공지능 기술이 도입된 바둑에서는 이미 관련 기술이 사실상 상용화됐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AI가 직접 초보자에게 기보를 가르치는 수업과 어플리케이션이 시장에 나왔다. 실제 온라인 바둑게임에서 인공지능 대국을 지원하는 경우도 있다. 일부 인공지능 프로그램은 실시간으로 승률을 계산하는 기능을 제공해 공식 바둑 경기 중계에 활용되기도 한다.
위와 같은 AI 기반 프로그램은 주로 게임을 보조하는 비서의 역할이나 연습용 더미 역할을 담당한다. 그러나 핵과 보조 사이 회색지대에 선 AI 보조 하드웨어도 등장했다. 일례로 지난 1월에서는 MSI가 롤 플레이 도중 AI 보조 기능을 제공하는 모니터를 공개했다. 캐릭터 체력 상태를 인식해 LED에 표시해주거나, 미니맵을 확인하고 적이 다가오면 안내하는 등 플레이 도중 놓치기 쉬운 정보를 제공하는 모습이 시연됐다. 다만 이는 보조를 넘어서 게임 승패를 크게 좌우할 수 있는 정보를 실시간으로 전달하는 만큼, 유저들 사이에선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이렇듯 특정 게임에서 정보를 대신 찾아주거나, 더 나은 실력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 AI 서비스 시장이 조금씩 발전하고 있으며, 일부는 미니맵을 보는 등 더 직접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것도 개발 중이다. 현재는 소수의 게임에만 적용되지만, 향후에는 게임사와 협업을 통해 외부 위키피디아 사이트가 아니라 AI가 직접 게임 정보를 제공하는 날이 올 수도 있다. 다만 위에 소개한 모니터와 마찬가지로 이런 AI 기능이 보조와 핵 사이 경계선에 서있는 만큼, 주의가 촉구되는 실정이다.
▲ 제 10회 응씨배 본선 16강, AI 스코어 이미지 (사진출처: 바둑TV)
▲ 미니맵을 확인하는 MSI 모니터 이미지 (사진출처: 톰스 하드웨어)
AI 기술은 왜 도핑이 될 수 있나?
이런 생성형 AI 기술과 도핑이 어떻게 연관되는가? AI 도핑을 정의하기 전에, 일반 스포츠의 기술 도핑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자. 국내 국민체육진흥법 제 2조에 따르면, 도핑은 ‘선수의 운동능력을 강화시키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고시하는 금지목록에 포함된 약물 토는 방법을 복용하거나 사용하는 것’을 뜻한다.
과학기술과 제조공학 발전으로 약물뿐만 아니라 기술 도핑과 기계 도핑이라는 개념이 대두됐다. 기술 도핑은 ‘신소재로 만든 장비가 경기력을 향상시키는 것’을 뜻한다. ‘전신수영복’과 ‘특수 마라톤 신발’이 예시로, 둘 모두 선수가 실력 대비 더 좋은 성적을 내도록 돕는다. 이런 운동 장비는 협회에서 금지 장비로 규정하는 경우가 많아, 공식 경기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 기계 도핑은 이런 기술 도핑에서 더 나아가, 모터 등 기계 장치를 몰래 사용하는 것을 뜻한다.
e스포츠 산업 역시 나날이 커짐에 따라, 핵 등이 실제 경기에서 사용되는 사례도 종종 발견된다. 이 경우, 해당 해킹 프로그램은 기계 도핑의 예시로 볼 수 있다. 만약 상용화된 생성형 AI를 이용한 보조 프로그램이나 기기를 사용한다면, 이는 기술 도핑의 일환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
▲ 기술 도핑의 예시인 전신 수영복 (사진출처: 스피도 공식 홈페이지)
AI 도핑과 핵의 경계는?
AI 도핑에 대한 논의는 이제 막 시작됐으며, 명확한 제도적 정의는 마련되지 않았다. 다만 기술 도핑의 하위 분야로서 정의할 여지는 있다. 논문 ‘도핑 개념의 확대를 통한 e스포츠 대회에서의 AI 도핑 규제(김민재, 홍선기, 2024년)’에서는 AI 도핑을 “생성형 AI를 프로게이머가 공식 e스포츠 대회의 경기 진행 도중 사용하는 부정행위의 일종”으로 정의했다. 각종 게임플레이 방식을 딥러닝을 거쳐 학습한 생성형 AI는 자동 플레이, 조준선 보정뿐만 아니라, 각종 전략 수립 등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아직까지 e스포츠 경기에서 AI 도핑이 적발된 사례는 공식적으로 존재하지 않아 실제 사례를 가져올 수는 없지만, 향후 활용 방식에 대해서는 예측할 수는 있다. FPS 장르에서는 에임이 중요 요소인 만큼, 생성형 AI 보다는 에임핵이나 ESP에 대한 우려가 많다. AI를 활용하면 핵 수준이 아니더라도 화면에 오브젝트를 강조 표시하거나, 미니맵 분석과 사운드 강화등을 할 수도 있다. 반면 전략과 선택하는 캐릭터 등이 중요한 롤, 철권 등에서는 다른 방향에서 응용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롤에서는 상대 고른 챔피언을 쉽게 압도할 수 있는 캐릭터를 고르고 플레이하는 것에 실시간 AI의 도움을 받는 상황을 상정할 수 있다.
이러한 요소들이 AI 도핑과 핵이 갖는 결정적 차이점이다. 핵은 상대 공격을 쉽게 피하거나, 위치를 알려주거나, 랙을 유발하는 등의 기능을 수행한다. 이는 생성형 AI 기반 프로그램보다 단순하며, 확실한 부정행위고, 특정 방향성으로만 사용이 가능하다. 반면 생성형 AI는 활용 방식에 따라 선수 실력을 보조하는 것부터 정보를 전달하는 등 다방면으로 이점을 줄 수 있으며, 게임 자체에 변조나 조작을 가하지 않는 방식도 가능하다. 또한 명확한 부정행위와 정상 플레이 경계 사이 회색지대에 위치했다.
▲ 핵과 부정행위를 막기 위해 도입된 롤 '뱅가드' (사진출처: 라이엇게임즈 공식 홈페이지)
AI 도핑은 왜 문제가 되나?
아직 AI 도핑에 대한 관련 규정이나 제도적 장치가 없는 만큼, 그것이 나쁜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것은 시기 상조라고 할 수도 있다. 다만 위 논문에 따르면 2003년 처음 제정된 세계도핑방지규약에는 AI 도핑을 ‘금지방법’으로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존재한다. 규정된 금지 약물과 방법 외에 ▲선수 경기력을 향상시키거나 그럴 잠재력이 있는 경우 ▲선수 건강에 위협이 되는 경우 ▲스포츠 정신에 위배되는 경우다. 셋 중 둘 이상을 만족한다고 세계 반도핑 기구가 판단하면, 이를 금지목록으로 지정할 수 있다.
이 중 AI 도핑이 해당되는 요소는 ‘경기력 향상’과 ‘스포츠 정신’이다. 우선 생성형 AI를 이용해 공식 대회에서 자신의 낮은 숙련도를 보완하거나, 실력보다 높은 경기력을 내는 것 모두 경기력을 향상시키는 행동이다. 만약 생성형 AI가 더 좋은 경기 결과로 이어져도 이는 AI의 성능이며, 프로게이머 개인의 능력이라 평가하기 어렵다.
‘스포츠 정신’은 다소 모호한 개념이긴 하나, 세계도핑방지규약 기본원리 20면에는 “스포츠 정신은 우리가 정직하게 경쟁하는 것으로 표현된다”고 명시됐다. 즉 윤리와 페어플레이에 대한 내용이며, AI 도핑은 이를 위반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선수 준비 과정의 많은 부분을 생략할 수 있고, AI 보유 여부가 승패를 좌우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사람이 아닌 AI의 싸움으로 스포츠가 변질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 '경쟁의 무결성' 훼손으로 연기된 에이펙스 레전드 경기 (자료출처: 에이펙스 레전드 e스포츠 공식 X)
▲ e스포츠 역시 '스포츠 정신'이 중요하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AI 도핑에 대한 논의는 이제 막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 다만 미니맵을 대신 체크해주는 모니터 등 AI를 활용한 게이밍 보조 기기까지 하나 둘 공개되고 있다. 실제 e스포츠 경기에서 AI 기술을 비밀리에 사용하는 사례는 언제든지 등장할 수 있다. 아직 관련 법령도 규제도 존재하지 않는 지금, 이에 대한 적극적인 논의와 게임사의 발 빠른 대응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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