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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01 12:33

엘든링 리뷰

  • console 오래 전 2023.06.01 12:33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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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엘든 링'이 의도치 않게 살짝 과한 관심을 받는 바람에 이런저런 논쟁이 많이 생긴 감이 없잖아 있다. 출시 초기에는 형편없는 최적화 문제와 더불어 '거품 낀 게임'이라는 오명을 쓰기도 했다. 반응이 어느정도 안정된 지금은 잘만든 게임이라는 반응이 꽤 많아졌지만, 그럼에도 높은 난이도와 불친절한 시스템이 낳은 장벽에 대해서는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프롬 소프트웨어는 다수가 즐길만한 게임을 만드는 회사가 아니다. 매번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작품을 내놓았으며, 그나마 본인들이 타협했다고 주장하는 이번 '엘든 링' 마저도 난이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럼에도 그저 비합리적인 난이도가 아닌, 학습을 전제로 한 합리적인 난이도이기 때문에 빠르게 거대한 팬베이스를 형성할 수 있었으며, '엘든 링'은 프롬 역사상 전례없는 흥행 기록을 달성했다. 이제 마니악한 게임이라 부르기에는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이 '엘든 링'에 대한 연구와 토론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엘든 링은 본작이 소울라이크 게임임을 감추지 않는다. 오히려 UI나 시스템의 유사성을 통해 대놓고 소울 시리즈의 정신적인 후속작임을 드러내고 있다. 스토리를 제외하면 사실상 다크 소울의 속편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로 서로 상당한 부분을 공유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소울 시리즈를 복제한 게임은 절대 아니다. 프롬의 전작인 '세키로'의 시스템 일부를 접목하면서 전투의 다양성이 증가했으며, 오픈 월드를 새롭게 도입하면서 플레이어의 자유도도 늘어났다. 초반 게임을 탐색하는 단계에서는 말만 탄 소울 시리즈와 별다른게 없다고 느꼈으나, 하면 할수록 사실 소울 시리즈와는 상당히 차별화된 게임임을 깨달았다.


오픈월드를 채택하면서 생긴 가장 큰 차이점은 이동의 자유도다. '엘든 링'에서 플레이어는 드넓은 맵을 이동 수단인 영마를 타고 자유롭게 뛰어다닐 수 있다. 또한 수많은 지하 던전들이 있어 횡적 자유도 뿐만 아니라, 종적 자유도 역시 챙겼다. 이런 이동의 자유에 힘입어 탐험 요소가 극대화되어있다. 한층 넓어진 맵 곳곳에 숨겨진 요소들을 탐사하다 보면, 게임 진행보다 탐험이 더 즐거워지는 경우도 생긴다.


두번째로 플레이어의 성장을 더 적극적으로 유도하는 게임이 되었다. '엘든 링'에서 보스는 여러가지 역할을 하지만 역시 플레이어의 성장을 유도하는 역할이 가장 크다. 높아진 이동의 자유도 덕분에 초반부터 수많은 보스들을 만나볼 수 있는데, 플레이어들은 이들을 상대해보며 자신의 한계를 깨닫고 스스로 성장을 위해 맵 곳곳을 탐험하게 된다. 어딜 가야 룬을 많이 얻을 수 있을지, 어딜 가야 좋은 무기와 아이템을 얻을 수 있을지 플레이어가 스스로 고민하고 성장하게 한다.


'세키로' 시스템이 일부 접목되어 전투의 자유도 역시 상당히 높아졌다. 단순히 무기 가짓수만 높아진 것이 아니라, 근접전부터 원거리전까지 다양한 전술을 구사하도록 만들어두었다. 만약 근접무기를 선택하더라도, 무기에 전회를 부여하여 원거리전도 충분히 커버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다. 또한 영마를 통해 마상 전투를 벌일 수도 있으며, 이는 단순히 영마가 이동 수단 뿐만 아니라 일종의 파훼법으로도 기능하도록 만들었다.


이외에도 '엘든 링'은 단순히 소울 시리즈의 복제품이라는 평을 받기에는 꽤 많은 차이점이 존재한다. 본작이 어렵다는 유저들도 새롭게 도입된 시스템들을 잘 활용하고, 관련 커뮤니티를 잘 참고한다면 꽤 빠른 시일 내에 숙련할 수 있다.


그럼에도 '엘든 링'이 타 게임에 비해 상당히 어려운 게임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프롬 게임 전부를 통틀어서 초반 보스 중 가장 난이도가 높다고 평가되는 '끔찍한 흉조, 멀기트'는 많은 초보 유저들의 이탈을 초래하기도 했으며, 중반부부터는 심지어 멀기트 몇 배의 난이도를 가진 보스들이 산재해있다. 앞서 말했듯 이런 흉악한 난이도의 보스들은 플레이어의 성장을 유도하기도 하지만, 오히려 플레이어의 의욕을 상실시키는 부작용 역시 지니고 있다. 이는 '엘든 링'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소울라이크 장르가 본질적으로 지닌 호불호의 영역이기도 하다.


때문에 이번에 '엘든 링'으로 얻은 대중성은 프롬에게는 마치 산더미 같은 숙제와 같다. 지금의 팬베이스를 잃지 않으면서 신규 유저들도 자사 게임을 포기하지 않게끔 타협과 조정을 적절하게 해나가야 한다. 과거에는 중형 개발사의 위치에 서 있었으나, 이제는 AAA급 게임을 만드는 위치까지 온 만큼 해결해야 할 숙제가 상당히 많아졌다.


게다가 '엘든 링'에서 크게 부각된 기술력 부족 문제도 다음 작품 이전에 반드시 해결하고 가야 할 문제다. 이미 이전부터 꽤 오랫동안 제기된 문제지만, 이번 '엘든 링'에서 결국 유저들의 인내심이 바닥난 모양세다. 아직 프롬을 자신있게 대형 개발사라 부르지 못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59.99 달러 게임에 어울리지 않는 구형 엔진과 게임 실행조차 되지 않는 각종 버그가 맞물려 최적화 논란을 가중시켰고, 출시 첫 주의 혹평 세례도 이에 대부분 기인했다. 프롬 측에서 이를 인지하고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를 하고 있으나, 이미 출시된 게임의 근본적인 기술적 결함 자체는 바꿀 수 없다.


그리 좋다 할 수 없는 그래픽과 기술력 등 비판을 받으면서도, 그럼에도 본작이 상당히 아름답게 디자인 된 게임임을 부정하기는 어려운 아이러니가 존재한다. 본작의 주 무대가 된 틈새의 땅은 장인 정신에 가까울 정도로 미친 디테일과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지금까지 항상 극찬을 받아온 프롬의 맵디자인 능력이 본작에서 절정에 달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이번 작품도 미야자키 히데다카가 직접 시나리오를 담당한 덕분에 '프롬뇌'를 자극하는 모호한 스토리텔링과 어두운 분위기는 소울 시리즈에 이어 '엘든 링'에서도 여전하다. 또한 오픈월드로 장르를 바꾼 덕분에 NPC와 퀘스트가 훨씬 다채로워졌다. 다소 파편화되어 있을 뿐, 조각처럼 흩어져 있는 NPC들의 수많은 퀘스트를 진행하다 보면, 스토리가 얼추 짜맞춰지게 된다.


다만 조지 R.R. 마틴이 창조한 세계관은 그리 뚜렷하게 느껴지진 않았다. 이미 이전부터 마틴은 세계관 구성에만 참여할 뿐, 시나리오 집필은 미야자키가 담당한다는 정보를 들었기 때문에 큰 기대는 하지 않았으나, 그래도 마틴의 이름을 보고 기대한 유저들에게는 아쉬운 점이기는 하다.


'블러드본'부터 계속 미아자키의 작품에 참여해온 작곡가, 키타무라 유카의 오리지널 스코어 역시 인상적이다. 본래 관현악기 담당임에도 '세키로'에서 토속적인 사운드까지 능숙하게 다루는 모습에 감탄을 금치 못했는데, '엘든 링'에서는 클래시컬한 사운드를 총동원하여 폭발적인 음악을 들려준다는 감상을 받았다. 본작인 상당한 규모의 세계관을 구현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잘 어울리는 음악적 선택이다.


'엘든 링'의 가장 뛰어난 성취 중 하나는 플레이어에게 그 어느것도 강요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저 돌아다니면서 스스로 성장과 탐험의 필요성을 느끼다 보면, 어느새 강해지고, 어느새 엔딩에 도달하게 된다. 초반부터 강한 보스를 집어넣은 것도, 결국은 게임의 이정표 역할을 하기 위함이다. 즉 '엘든 링'은 본인의 부족함을 느끼는 것을 두려워 하지 않는 자만이 즐길 수 있는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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